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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의 발전 전망과 향후 과제 : 제2차 런던회의를 앞두고
이동휘
1998.03.11
아시아와 유럽국가들이 ASEM을 통해 범세계적인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한편 경계협력 강화를 모색하게 된 배경에는 냉전이후시대 국제체제가 아시아, 유럽 및 미주를 중심으로 다극화되고 있어 3극간의 새로운 관계설정과 균형모색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과, EU가 새로운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했다는 점 및 EU, NAFTA 등 지역내 협력이 진전됨에 따라, APEC에 이어 新대서양 협력이 추구되는 등 지역간 협력(inter-regional cooperation)이 모색되게 되었다는 점 등이 작용함.
냉전이후시대 국제정치ᆞ경제질서는 경제 등 비군사적 요소의 중요성 증대로 대변되는 다원화, 세력 분포의 변화에 기인하는 다극화 및 새로운 질서유지 방안으로서 국제협력 관계의 다자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 데, ASEM의 개최는 우선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의 총체적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음.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ASEM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내포하는 위험성을 극복하는 유용한 기제(mechanism)로서 경제분쟁 확산방지, 국제화폐ᆞ금융체계의 안정성 유지,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한 공동대처, 남북갈등의 심화방지, 국제안보환경의 유동성 최소화 및 문명충돌의 사전예방 등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음.
향후 ASEM의 발전 과정을 전망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 과제를 도출해 내는 데 있어서 몇 년 앞선 APEC과의 비교가 유용성을 지닐 수 있는데, 의제 범위, 협력구조 및 안보요소에서 나타나는 양 과정간의 상이성을 감안할 때, ASEM은 APEC의 발전과정을 일반적으로 답습하리라는 관측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극복해야 할 향후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됨.
첫째는 APEC과정에 비해서 광범위한 의제를 다루는 ASEM상의 특성이 복잡성(complexity)을 초래함으로, 중장기 발전 목표의 설정을 통한 ASEM 과정에 대한 명확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임.
둘째는 유럽 對 아시아라는 집단적인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ASEM 협력구도 하에서는 각 그룹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이 운영상 경직성(rigidity)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운영체계 상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임.
셋째는 유럽과 미국이 향유하는 안보역할의 중요성에 현격한 비대칭성(asymmetry)이 존재함에 따라, ASEM과 APEC 과정에서 유럽과 미국이 각각의 안보역할을 통하여 행사하게되는 영향력의 불균형이 협력의 진전에도 직ᆞ간접적으로 중요한 변수가 되므로, 그 파급효과를 통제하기 위한 조직ᆞ체계화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임.
APEC과의 비교를 통하여 도출해 낼 수 있는 이러한 ASEM 발전과정에 있어서의 향후 과제에 대하여 ASEM 전체 차원에서는 물론 ASEM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임.
첫째, 의제 범위의 광범위성에서 오는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ASEM의 향후 발전에 대한 명확한 방향 감각의 투여가 시급함.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1998년 4월 런던 제2차 정상회의에서 발족하게 될 비전그룹을 주도해 나가게 된 한국의 선도적 역할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긴요한 바, 한국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여, 인권문제 등을 위요한 아시아와 유럽국가의 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ASEM의 순조로운 발전을 위한 논리적 토대를 제공할 필요가 있음.
둘째, 협력구조상에 예견되는 경직성을 타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그룹 대 그룹의 바탕 위에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SOM 제도를 재검토하고 이를 합리화함으로써 대립적 요소를 제도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임. 이 경우, 상대적으로 완만한 정치ᆞ안보 및 사회ᆞ문화 분야에서의 협력을 균형되게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전체 SOM아래 3개 분과를 두는 방안을 제시해 볼 수 있을 것임.
셋째, 유럽과 미국이 지니는 안보요소상 중요성의 차이에서 파생될 수 있는 제반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 과정간에 상호 협력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임. 이러한 목적에서 일단 특정 주제를 다루는 실무그룹간의 비공식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을 제안할 수 있을 것임. 이와 관련, 현재 전세계적인 공동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외환위기와 1999년의 EURO의 출범에 따른 영향들에 관한 논의를 국제화폐ᆞ금융체계의 안정성 추구라는 차원에서 ASEM과 APEC의 공동협력 분야로 우선 선정할 것을 제안해 볼 수 있음.
이러한 제반 노력들을 통해 결국 ASEM은 법대서양 협력, 亞太협력에 이어 아시아-유럽간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21세기 세계화시대에 점증되는 상호의존성을 범세계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용한 메카니즘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全지구적관리체계(Global Governance) 구축의 촉매적 역할 수행이 바로 아시아-유럽의 지역간 협력의 증대 차원을 넘어서는 ASEM의 궁극적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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