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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ᆞ北 국교정상화 문제의 현황과 전망
윤덕민
1997.12.03
97년 들어, 북한은 日ᆞ北 수교협상 재개를 위해 일본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였음. 한편, 일본정부도 잠수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과 함께 4자회담 예비회담, 美ᆞ北 준고위급 회담 등을 배경으로 수교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판단하에 북한과 북경에서의 실무 접촉을 추진하였음. 그러나 일본내의 북한에 대한 악화된 여론으로 정부가 협상재개를 공식화하기 어려운 가운데, 하시모토 총리는 일본인 납치의혹, 마약 밀수출, 일본인처 고향방문 등의 해결을 위해 북한측이 전향적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음.
북한은 日ᆞ北 수교예비회담(97. 8), 일본인처 고향방문(97. 11), 그리고 日연립여당 대표단 訪北(97.11)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접근 움직임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수교협상 재개에의 의욕을 보였으며, 특히 일본측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전향적 혹은 유연한 태도를 보였음. 북한은 하시모토 총리가 제기한 세가지 문제 - 일본인처 고향방문, 납치 일본인문제, 마약 밀수출 - 와 관련, 북한측은 일본인처 고향방문을 성사시켰으며, 마약 밀수출 문제에 대해서는 전례없이 순순히 유감의 뜻을 밝힌 한편, 납치 일본인 문제와 관해서도 자신의 관련은 극구 부정하면서도 일반 행방불명자 차원에서의 조사를 약속하였음.
북한이 일본의 요구에 대해 이례적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수교협상 재개에 의욕을 보인 것은 결국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경제ᆞ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의 지원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임. 한편 북한은 김정일 당총비서 승계에 즈음하여 대외정책 정비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한국의 대선정국을 틈 타, 4자회담에 응하고 주변국들과의 적극적인 관계진전을 추구하고 있는 바, 對日 접근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임.
일본은 한국의 입장 등을 고려하여 對北 접근에 있어서 어느 정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는 있지만 북한과 마찬가지로 조속한 관계개선 필요성을 인식한 위에 對北접근을 강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 특히 일본은 對北 접근에 있어서 일본인처 고향방문, 납치 일본인 문제 등 인도적 문제 처리를 앞세움으로써 남북관계, 韓ᆞ美ᆞ日 공조, 4자회담 등의 요소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사실상 수교협상 재개 등 북한과의 정치협상을 모색하는 측면이 옅보임.
일본이 對北 수교협상의 조기 재개에 적극적인 배경으로 우선 최근 4자회담, 美ᆞ北 준고위급 회담, 中ᆞ北 및 러ᆞ北 관계회복 등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에서 자신이 소외되고 있는 상황에 유의하여 북한과의 어느 정도 관계회복을 통해 자신의 對한반도 영향력을 확보해야할 필요성을 들 수 있음. 한편 일본은 최근 對美 동맹관계 강화에 따른 중국, 러시아 등 북방국가들과의 소원해진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북방외교를 전개하고 있는 바, 특히 하시모토 총리는 소위 「유라시아 외교」를 표방하면서 日ᆞ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하여 「신對러 관계개선 3원칙」을 발표한 바 있음. 일본의 對北 접근도 이러한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임. 또한 對北 경수로 건설이 착공됨으로써 KEDO 이사국인 일본은 약 10억불의 비용을 조만간 지불해야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갖추어 두는 것이 자금조달은 물론 향후 식민지 지배에 따른 배상금 지불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판단도 북한과의 수교협상 조기 재개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판단됨.
일본과 북한 공히 수교협상의 조기 재개를 바라고 있고 수교협상 재개에 있어서 중대한 변수였던 4자회담이 12. 9 개최되기로 됨에 따라, 日ᆞ北 수교협상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며 연내 개최 가능성도 있음. 더욱이 4자회담이 성사됨으로써 韓ᆞ美ᆞ日 3국간에 합의되었던 「4자회담전 정부차원의 식량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구애없이, 일본정부는 북한에 대한 직접 식량지원을 할 수 있게 되어, 일본의 對北 식량지원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음. 향후 日ᆞ北 수교협상은 남북관계에 의해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임. 일본은 對北수교에 있어서 ①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추진한다, ②韓ᆞ日관계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③수교이전에 북한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하지않는다는 소위 「對北수교 3원칙」을 표명하고 지켜온 바 있음.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협상에 있어서 어느정도의 남북관계 진전을 요구하지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됨. 결국 한국의 신정부가 어떠한 對北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日ᆞ北 수교협상은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임.
日ᆞ北간의 국교정상화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美ᆞ北관계일 것임. 美핵협상을 계기로 북한의 대외정책은 對日관계를 對美관계의 종속변수로 보는 경향이 강하며, 美ᆞ北수교가 이루어지면 日ᆞ北수교도 자연히 뒤따를 것이라는 인식을 북한 정책담당자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됨. 일본도 또한 미국을 앞질러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對美 관계는 물론 對韓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신중을 기할 것임. 현재 미국이 적극적으로 對北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추구하면서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해 나가는 상황에서, 日ᆞ北 관계개선도 진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 더욱이 일본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美ᆞ北 및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서 어느 정도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이익이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음.
그러나 4자회담, 남북관계, 美ᆞ北관계라는 국제적인 변수외에도 日ᆞ北간의 수교에 따른 현안문제들도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국교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임. 따라서 日ᆞ北 수교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국교정상화를 위한 기나긴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음.
5년전 수교협상이 결렬되었던 상황과 비교하여, 현재 日ᆞ北 관계개선을 둘러싼 환경은 상당히 호전되었다고 볼 수 있음. 국교 정상화에 따른 日ᆞ북한간의 다양한 현안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시간이 요할 것이지만, 우선 日ᆞ북한은 내년중 이익 대표부를 상호 설치하거나, 美ᆞ北 연락사무소 설치 추이를 고려하면서,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가능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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