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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협정에 관한 연구-평화협정의 쟁점사항을 중심으로-
저 자 명 : 윤덕민(책임집필)
날 짜 : 2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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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약
한반도 평화협정은 한국전쟁을 법적으로 종결하며 남북간의 평화공존을 제도화고 이를 위한 조치들을 남북한과 관련국들이 전적으로 준수하도록 하는 목적을 갖는다. 전통적으로 평화협정은 전쟁을 종결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반도의 경우 정전 협정이 지난 반세기 가까이 준수되는 등 전쟁상태는 이미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간에 전쟁 책임이나 배상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정치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볼 때,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화협정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전협정에서 미흡했던 분야, 특히 국군포로 문제, 국군 실종자 문제, 미군 MIA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이 평화협정 체결에 즈음하여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평화협정과 관련한 우리의 기본입장은 [당사자 해결원칙]에 입각, 남북한간의 평화협정 체결이다. 이와 같은 당사자 해결원칙은 이미 1992년 남북간에 합의된 기본합의서(제5조)와 화해부속합의서(제18, 19조)에 명백히 규정되어, 북한측도 수용한 바 있다. 이러한 합의를 무시하고 북한이 미북 협정을 주장한다고 해서 4자협정 등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있지 못한 것은 '방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남북간 평화협정 체결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중의 역할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주요 교전국이자 정전협정 당사자이며 4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다. 4자회담을 통한 평화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이상, 미·중의 특수한 지위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남북 평화의정서] 체결과 이를 미·중이 보장하는 [평화보장의정서]의 형식을 취하여, 미·중 양국에게 남북 평화협정을 보장하는 자격과 한시적인 평화관리기구의 참여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평화협정의 국제적 정통성을 높이는 방편으로 미·중은 물론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평화에 이해를 갖는 국가들과 UN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증인자격으로 협정에 하기 서명(post-script)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하여 평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상당 기간 평화협정의 중요한 목적은 정전협정이 수행하여온 남북한간의 분단 관리에 있다. 따라서 현 정전협정의 평화관리 기능을 살리면서 새로운 평화협정 상황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새로운 평화협정 체제 출범에 따른 공백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군사정전위원회는 남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joint commission)로 전환시키고 중립국감독위원회는 남북한이 2개국씩 지정하는 중립적 국가들에 의한 [국제감시위원회]로 전환시켜 현 체제의 골격을 당분간 유지시키는 방안이다. 4자 공동위원회는 경과규정을 두어 남북 공동위원회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단지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의 군사적 대결구도를 해소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이다. 결국 남북간의 대결구도를 해소하지 않는 평화협정은 무의미하며, 협정체결(treaty-making)에 의미가 있기보다는 항구적인 평화 [체제구축」(regime- formation)에 중점이 있다. 따라서 형식적 평화보다는 실질적 평화가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협정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을 수반하거나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평화협정의 핵심은 결국 남북관계 정상화에 있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야만, 실효성 있는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으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 하에서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형식면에서 당사자 원칙을 관철하기도 어렵고 국제사회의 개입 확대를 허용할 수밖에 없게 한다. 평화협정 문제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과정과 병행하여 추진되어야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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