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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운드 출범 전망과 한국의 대응과제
저 자 명 : 조용균(책임집필)
날 짜 : 2000.01
요약
뉴라운드는 과거 8차에 걸친 다자협상에서 형성된 기존 무역규범의 미흡한 분야를 보완하고 무역의 양적, 질적 확대라는 세계경제의 환경적 변화에 대응하여 무역규범의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다자체제를 이끌어가는 WTO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 WTO에서 포괄적 다자무역협상인 뉴라운드가 추진된 것은 기설정의제(BIT)인 농업 및 서비스 분야의 협상이 2000년부터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UR 이후 세계무역에서 새로이 등장하기 시작한 투자, 경쟁정책, 전자상거래 등 이른바 신통상이슈를 포함하는 포괄적 협상을 출범시키자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1998년 WTO 제2차 제네바 각료회의에서는 1999년 말의 시애틀 각료회의 이후 뉴라운드 출범을 공식화하였고 이를 위한 3단계 준비 일정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후 짧은 준비 기간과 논의되고 있는 의제의 민감성으로 인해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시애틀 각료회의가 개최되었으며, 각료회의를 통해서도 농산물 수출보조금을 둘러싼 미국과 EU의 대립, 반덤핑, 노동조건에 대한 미국과 여타 국가의 첨예한 의견 차이로 합의 없이 각료회의의 중단을 선언하게 되었다. 이로써 예정되었던 2000년 뉴라운드의 출범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뉴라운드 논의에 있어서의 핵심은 협상 의제와 방식 및 협상의 기한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협상 방식은 일괄수락 방식으로, 협상 기한은 3년 정도의 시한을 설정하는 방향에서 대체적인 합의가 형성되고 있으나 협상 의제의 범위 및 구체적 내용을 두고 국가간 입장 차이가 현격하여 뉴라운드 출범의 최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 공산품 시장접근, 투자 및 경쟁정책, 반덤핑 및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농업 분야 협상에 따르는 부담을 고려하여 포괄적 의제를 다루는 일괄수락 방식의 협상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EU, 일본 등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해 왔다.
시애틀 각료회의가 중단에 이르게 된 데는 WTO의 대내외 환경적 요인과 뉴라운드 의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등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환경적 요인으로는 다양한 의제에 대한 시간적 제약, 개도국 및 NGO의 영향력 증대, 미국 등 주요국의 국내정치적 상황, WTO 운영상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의제로 거론되는 문제들의 높은 정치적 민감성 및 이들에 대한 국제규범화가 이루어질 경우 예상되는 선진 개도국간의 이해관계 대립 등 의제 자체의 특징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단된 각료회의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시애틀 회의에서 쟁점이 되었던 농업 분야의 수출보조금과 반덤핑, 노동기준 그리고 투자 및 경쟁정책 등에 있어서의 회원국간 기존 입장 차이의 해소와 함께 WTO 내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효율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수렴할 수 있는 운영체제 및 의사결정체제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국내정치 일정과 함께 EU의 내부 사정과 중국의 WTO 가입 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001년 중반 이후에나 각료회의의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라운드의 지연으로 세계무역 환경의 변화에 대한 다자규범의 적응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세계무역의 규율은 다자 차원을 대신하여 양자 혹은 지역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세계무역에 있어 각국의 국내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초래하여 보호주의 혹은 배타적 지역주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뉴라운드를 통해 목표로 했던 공산품 관세인하를 통한 수출시장의 확보, 투자협정 제정을 통한 세계시장, 특히 개도국 시장에 대한 투자 진출 강화 여건 마련, 반덤핑협정의 개정을 통한 반덤핑 조치의 남용 억제 등 여러 가지 추진 과제들이 일단 미루어지게 될 뿐 아니라, 뉴라운드 출범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예상되는 미국, EU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보호주의 선회 가능성은 한국의 수출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뉴라운드의 출범과 상관없이 시작될 WTO 내 농업 및 서비스 협상에 점진적인 입장으로 임하면서 개별 협상보다는 상대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포괄적 협상인 뉴라운드의 출범이 조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애틀 회의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투자, 경쟁정책 등 신통상이슈에 대해 개도국의 반대가 심했던 점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중점을 두었던 일본, EU와의 기존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개도국과의 협의를 강화함으로써 협력 채널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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