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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의 진전에 대비한 한국의 외교방향 - ASEM의 역할과 진로를 중심으로 -
저 자 명 : 박홍규(책임집필)
날 짜 : 1997.12
요 약
냉전 구조의 와해와 함께 새로운 국제 질서가 모색되면서 유럽의 위상과 역할이 제고되자, 유럽공동체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콜 독일 수상 등 유럽 통합론자(Europhils)들의 지도력에 힘입어 독일 통일과 동유럽권의 와해 등 내외의 위협 요소를 극복하고 오히려 회원국 확대와 내부 통합의 심화 과정을 거쳐 EU라는 거대한 단일 공동체로 출범하게 되었다. 유럽은 단일시장을 완성하고 1999년부터는 단일통화(EMU)를 도입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단일경제권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처럼 위상이 강화된 EU는 정치통합의 연장선상에서 공동 외교안보정책을 모색하는 등 독자 세력화 노력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특히 대아시아정책을 지역 차원에서 모색하게 되었다. 즉 EU는 아시아도 유럽 단일 시장이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의 결성처럼 비슷한 형태의 지역 통합을 지향하고 있으며, 특히 APEC의 결성과 함께 역내 국가간의 정치․안보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EU는 냉전 종식 이후 제고된 위상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대미 위주의 대외관계에서 벗어나 대아시아 접근을 적극 모색해 왔으며, 1996년 3월의 제1차 ASEM의 개최는 이러한 EU의 대아시아 진출이 가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공동체는 과거에 동유럽과 지중해, 중동에 비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특히 냉전체제하에서 유럽과 아시아가 각각 미국 주도의 서방 진영에 편입되어 있었으므로 양 지역간의 직접적인 정치․안보적 유대가 형성될 수 없었고 따라서 양 지역간 관계는 주로 통상위주로 발전되어 왔다.
한편 ASEAN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측에서도 세부적으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모두 유럽연합과 협력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은 우선 ASEM을 통하여 무역, 투자 등 경제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고, ASEM을 통하여 유럽과 협력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할 수 있게 되며, 또한 유럽과의 협력을 통하여 국제사회에서 보다 신장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아시아는 경제번영의 유지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 ASEM을 통하여 유럽의 협력을 얻을 수 있으며, 양측의 협력으로 아시아의 안보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부차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간의 대화 채널로서 출발한 ASEM은 양측에게 "협력을 통한 보다 나은 미래의 창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이것이 가능하다는 희망과 인식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그러나 ASEM이 앞으로 대화의 채널 이상으로 발전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양지역간의 협력에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부분들이 보완되어야 하며, 특히 아시아의 주요 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이 세계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ASEM이 장애가 되지 않고 역할 수행의 중요한 장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첫째, 아시아 측의 구성 국간에 나름대로의 대화 채널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ASEM을 EU와 아시아 각국과의 기존 쌍무 관계가 희석되기보다는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최근 강화되고 있는 EU와의 쌍무 관계를 감안할 때 ASEM이 기존의 한․EU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신중히 검토할 것이 요구된다. 셋째, ASEM은 그 구성 국들의 다양한 성격상 목적과 목표 설정에 있어서 이견과 갈등의 증폭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ASEM이 현실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 즉 아시아 측 구성의 불균형성과 지역간의 비대칭성이 야기하는 이중적 의사결정의 장애(dual indecision mechanism)를 완화시키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예상되는 ASEM의 한계성과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구상과 전략을 수립하여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대EU 접근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상과 전략은 현상유지(status quo)에 편승하여 사소한 이익(marginal interest)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적극적으로 현상을 타파해 나가는 신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반도 분단 해소 등 국가의 전략적 이익(stategic interest)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접근을 지향할 때 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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