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o:abstract |
통일된 독일의 대외정책
저 자 명 : 서병철(책임집필)
날 짜 : 2000.01
요약
독일의 외교 환경은 통일을 통한 주권 회복과 더불어 동․서 분쟁의 종결, 소련 帝國의 붕괴, 중․동유럽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민족국가 형성 등의 요인들로 인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독일의 안보 상황은 통일 이전보다 개선되었으나 향후 유럽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집단 방어를 위한 의무와 책임이 더욱 커졌다. 따라서 독일은 유럽의 당면 과제, 즉 공동 외교․안보 정책(CFSP)의 강화에 가장 큰 관심을 두면서 세계 분쟁의 해결을 위해 지역을 초월한 국제 기구, 특히 유엔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획득과 관련, 독일은 자국의 기여에 합당한 권리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주도 평화 유지 활동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범세계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 문제가 최근 독일 외교정책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독일은 '중견 국가'(middle power)로 자처하면서 유엔이 '다자적 균형자'로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현대 국제 체제에서 공동체가 합법적인 정책 결정과 권력 행사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 독일의 對유엔 정책의 핵심이다. 독일의 유엔 활동중 특히 두드러진 분야는 사회․경제면이다. 인권 및 소수 민족 보호와 민주주의 수호 등과 같은 이념들은 독일 외교정책의 주요 내용으로 채택되고 있다.
독일은 향후 전체 유럽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거나,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러시아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서유럽의 중심 세력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통일된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구 및 가장 부유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중심부에 위치하여 유럽의 결속과 확대(즉, EU의 확대와 심화)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EU를 중․동유럽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독일의 정책은 "동쪽의 이웃 국가들이 안정되어야만 서유럽도 안정된다"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은 통합된 유럽을 '독일의 유럽'으로 실현시키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상정하고,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한다.
독일의 번영은 국제 협력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로의 통합이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독일의 총가치 생산중 40%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수출로써 이루어졌다는 사실에서도 독일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은 "한 분야에서의 수입 제한은 다른 분야에서의 수출 장애"라는 사실을 대외경제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따라서 독일은 세계 경제가 안정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지속적인 무역자유화, 중․동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 및 국제 협력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보 차원에서도 독일의 전략적 관심은 국제 주변 환경을 협력 추구의 구조로 유지시키는 데 있다. 독일은 특히 민족주의 세력이 바람직한 국제 구조를 붕괴시키려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불법 이주,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 사회적․생태적 성격의 범세계적인 도전이 21세기의 세계 정치를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초의 형태로 후퇴시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독일에서 '협력적 안보 정책'의 개념은 대체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안보 정책'으로 이해되고 있다. 독일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주요 안보 기구로는 NATO, EU와 WEU이지만, 안보 정책을 협의하는 유일한 '전체 유럽의 포럼'인 OSCE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독일과 미국간의 관계와 관련, 미국은 '군사 대국', '초강대국', '세계 경찰국가'로서, 그리고 독일은 '지역 강국', '자제하는 중견 국가'로서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차 대전 후 50년 동안 유지되어 온 미국과 독일간의 우호 관계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도 효력을 발휘한 바 있다.
독일과 프랑스간에는 정치적 필요성과 의무감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치적 의지에 따라 긴밀하게 '특수한 양자 관계'가 지속되고 있지만, 지리적․역사적으로 고전적인 대립 세력이었던 독일과 영국간에는 상호 고무적이거나 혹은 부담을 주는 관계로 유지되어 왔다. 따라서 독일과 영국은 양국 관계의 조정자로서 프랑스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프랑스는 자국의 긍정적 역할을 통해 독일과 영국이 유럽 문제를 어려움 없이 해결하기를 바란다. 한편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숙적 관계를 청산하고 화해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한편 독일은 냉전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러시아와의 대립을 피하는 것을 최상의 방책으로 간주한다. 독일은 '무역 국가'로서 다자 관계에 의존하는 특징을 보이지만, 지리적․정치적․사회구조적 상황 때문에 러시아와도 특별한 관계를 갖는다. 러시아 영토에 거주하는 독일계 소수 민족, 러시아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 등도 對러시아 관계에 임하는 독일 정부의 고려 대상이다. 독일은 對러시아 관계를 국제적 구조와 기구 속에서 설정하기를 기대하고, 'G-8' 회의, IMF, NACC(북대서양 협력위원회), EU, OSCE 등의 핵심 회원으로서 對러시아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독일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은 EU국가들 중에서 가장 먼저 對아시아 정책을 재검토하고, 통일의 결과를 외교정책 수립에 반영하였다. 독일은 1993년 10월 20일 [新아시아 전략]을 발표하여 독일의 외교 정책상 아시아가 정치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독일은 한국과 '국토 분단'이라는 공동 운명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통일을 앞둔 한국은 통일된 독일의 외교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한국은 외교정책을 펼침에 있어 독일의 예에서 본 바와 같이 세계 평화 유지에의 적극 참여, 다수 국가의 협력체 활동 강화, 지역 협력체 구성에서의 중추적 역할, 한반도 안보와 국제 안보의 병행 추진 등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확고한 우호 관계 유지, 對러시아 친선 관계 강화, 확고한 자유무역주의 채택, '중견 국가'로서 독일과의 공통점을 활용한 관계 심화 및 독일을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함이 효율적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