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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신뢰구축조치 추진방안
저 자 명 : 이서항(책임집필)
날 짜 : 199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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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약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통일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고 통일에 대한 주변4강국의 국제적 지지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통일후 군사적 후유증을 감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정치 군사문제의 해결-특히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의 실현이 필수적인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북한은 "평화라는 이상적 목표를 구현하는 실용적 수단" 으로 불리는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에 관해 이미 「제안의 포화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기본합의서 및 부속합의서 채택을 통해 이의 실행을 위한 기본적 틀까지 완성한 바 있다.
그러나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와 관련된 역설(paradox)중의 하나는 이들이 필요없는 지역에서는 실천이 용이하나 오히려 이들이 가장 필요시되는 지역 시기에는 실제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며 남북한간에 신뢰구축과 군비통제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은 "방안의 빈곤"때문이 아니라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의 빈곤"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유럽 및 중동의 경험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의 성공은 결국 적대 당사자간에 평화 공존과 전쟁위험성 제거의 의지가 확고하고, 그 필요성을 진지하게 인식할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군사적 신뢰구축은 단편적인 몇몇 조치들의 집합이 아니라 평화정착을 실현하려는 당사자간의 필요성 인식에 기반한 지속적인 정치적 의지확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의 군축협정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은 고르바쵸프의 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신사고」외교안보정책이 등장한 이후라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르바쵸프는 1986년「Budape st Appeal」을 통해 공동안보와 守勢的 방어개념을 채택했으며 「합리적 충분성」원칙에 따라 방어전력만을 유지한다는 발상의 대전환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군축협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사이나이 협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탈자(defector)라고까지 불려지는 이집트 사다트대통령의 對이스라엘 관계개선에 대한 확고한 정치적 의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적대하는 당사자간에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절실하게 이에 대한 필요성-그것이 재정적 필요성으로부터 유래 되었던 또는 안보적 필요성으로부터 유래되었던 지를 불문하고-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추구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경수로 건설참여 등 대북외교와 협력을 통해 긴장완화와 신뢰를 조성하는 동시에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 질적인 전력증강을 계속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압력을 가중시키는 이른바「2중적 접근」(two-track approach)을 구사하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 북한이 이른바 「聯美反南」정책을 유지, 대미 평화협정 체결을 추구하고 한국과 기본합의서 및 부속합의서의 이행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제네바 합의에 따른 미 북 관계개선이 실질적으로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에 연계될 수 있도록 우회적으로 미-북 관계개선 과정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즉,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휴전선 전진 배치 병력의 후방이동 화학무기 협정의 가입 유엔 재래식 무기 등록제도의 참여 등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서는 일단 한국이 직접 북한과 협상하기 보다는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 관계 개선 과정에서 북한이 이행하도록 해야 하며 한국은 이를 미국과 긴밀히 협의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단 군사적 신뢰구축의 필요성이 인식되어 남북한간의 협상이 개시된다면 이미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로의 복귀가 중요하나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의 핵심목표는 첫째 기습공격방지와 이를 위한 정보자료 교환, 둘째 군사력의 균형 달성, 셋째 전력구조의 개편에 두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실 제 군사적 신뢰구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던 실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히기 위해서는 「시범이행 시범사찰」의 중 요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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