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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약
냉전종식 후 경제에 대한 관심이 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미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regionalism)의 대두는 신세계질서의 구축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 중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주의는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구심적'(centripetal) 지역주의와 '원심적'(centrifugal) 지역주의와 '원심적'(centrifugal) 지역주의로, 정치적 차원에서 '동반자적'(partnership) 지역주의와 '패권적'(hegemonic) 지역주의로 나눌 수 있다. 구심적 지역주의란 지역국가들간의 사회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무역장벽은 철폐되어 역내에 자유로운 상품교환이 이루어져 경제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역단위체를 가리키며, 원심적 지역주의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도가 높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무역장벽이 높아져 역내에 자유로운 상품교환의 기회가 줄어드는 지역단위체를 의미한다. 한편 정치적 측면에서 동반자적 지역주의란 역내국가간의 협력과 기타 의견수렴을 위한 제도화가 잘 되어있고 역내국가들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가치기준도 다양성에 기반을 두고있는 지역단위체이다. 반면, 패권적 지역주의란 지역단위체를 한 국가(지역패권국)가 정치적으로 좌우하며 패권국이 그의 국가이익에 따라 역내 국가들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가치기준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체제를 가리킨다.
이 중에서 구심적․패권적 지역주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탈냉전기 라틴아메리카의 지역주의다. 1990년대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경제적인 면에서 정부수준 뿐만 아니라 민중수준에서까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채택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루어졌고 "발전을 향한 의지의 결집"이 이루어져 가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이 -특히 부시행정부 기간동안- 민주주의를 비롯한 가치체계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내렸고, 마약정책이나 환경정책 등을 펴는데 있어서 역내국가들의 의견은 사실상 존중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냉전의 종식은 라틴아메리카에게 여전히 자율적인 지역공간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사회경제적인 면에서는 원심적 지역주의와 구심적 지역주의의 경계선에 위치하면서 역내 자유로운 상품교환과 자본축적의 길로 나갈 방향설정은 해놓은 상태이나, 정치군사적인 의미에서 미국의 패권적 위치는 냉전기와 비교했을 때 거의 불변인 상황이다.
지역주의의 경제적 형태인 경제통합(economic integration)은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 관세동맹(Customs Union), 공동시장(Common Market), 경제연합(Economic Union)의 단계를 밟아 나간다. 90년대 중남미의 경제통합 노력은 공동시장(Common Market)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고 있지만 엄격히 말해 경제통합의 세 번째 단계인 공동시장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고 '소지역별 자유무역지대'(subregional free trade area)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남미에서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안데스 공동시장 (ANCOM: 베네수엘라,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 중미공동시장 (CACM: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카리브해 공동시장 (CARICOM: 카리브연안 14개국), G-3 자유무역협정 (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카리브 국가연합 (ACS: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25국) 등 경제적,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소지역 국가들간에 경제통합기구들이 결성되어 회원국간 교역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양자간 (예: 멕시코-칠레, 멕시코-코스타리카, 멕시코-브라질, 멕시코-볼리비아, 베네수엘라-칠레 등) 혹은 다자간 지역협력기구가 이미 설립되었거나 설립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소지역별 경제통합기구중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기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기존 4개 회원국 및 이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칠레, 볼리비아 등 2개 준회원국으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MERCOSUR)이다. '91년 3월 아순시온조약에 의해 자유무역지대로 출범한 MERCOSUR는 인구 1억9천만, GDP 6,000억불에 달하는 중남미 최대의 경제권으로서 그 동안 역내 교역량을 두 배 이상 증대시켜왔고, EU와도 오는 2000년대 초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목표로 한 경제 및 교역협정을 체결키로 합의, '95년 12월 16일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협정에 서명했다. 가맹국간의 긴밀한 산업보완관계를 갖추고 OECD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MERCOSUR는 80년대 후반에 비해 역내교역이 3배 가량 늘어났다. 즉, MERCOSUR는 지역협력의 무역창출효과는 상당히 거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타 경제통합기구들과의 관계에서 보면 소지역그룹간 심지어 소지역 그룹내 국가들간에 통합을 보는 시각이나 인식의 차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69년도에 결성된 안데안공동시장(ANCOM)의 경우 현재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가 통합을 주도하고 있으나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발달 수준이 떨어지는 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와의 산업격차로 통합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 ANCOM의 결성계기는 앞서 기술한대로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와 같은 중남미 지역강국들에 대한 불만이었던 것을 보면 MERCOSUR와 ANCOM간의 협력을 통해 중남미 소지역주의가 지역주의로 '발전'하기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중남미는 수입대체산업화와 수출주도경제 사이에서 방황하지 않고 후자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현 경제통합과정은 상당한 정도 '가치의 공유단계'에 도달하긴 했으나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여타 소지역주의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MERCOSUR 회원국내에도 갈등의 소지가 존재한다. 이는 곧 가맹국의 '상대적 이득'(relative gain)에 관한 문제이다. 가맹국들이 처음 지역통합기구를 결성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된데는 여기에 가담함으로써 얻은 상대적 이득에 대한 고려가 작용했으나, 통합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협력의 이득이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다고 인식할 때 통합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MERCOSUR는 브라질의 독주로 인한 상대적 이득에 대한 불만이 점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활발히 추진중인 중남미 경제통합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은 통합기구들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정권의 합의에 의해 창설된 것이며, 60년대 남미통합의 경우처럼 수입대체산업화를 확대시키기 위한 폐쇄적인 형태가 아니라, 무역자유화, 즉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지향하는 통합체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중남미 경제통합과정에는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고 있다. 중남미 경제통합과정은 기본적으로 개방성을 지향하고 있으나, 공동대외관세의 설정이나 원산지규정의 강화에서 볼 수 있듯이 폐쇄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CACM이나 CARICOM, ANCOM 등 모두 경제통합의 체계적 진전을 기대하고 있으나 정책협의를 위한 제도화의 수준은 미미한 실정이다. 정책공조를 위한 협의가 제도적 채널보다는 정상간의 정치적 합의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MERCOSUR가 95년 출범한 이후 좋은 성과를 보임에 따라 2001년까지 2억4천만명의 인구가 1조달러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통합시장으로 발전해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중남미 전역으로의 자유무역 확산에 있어서 MERCOSUR가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브라질은 MERCOSUR의 내실화를 기해 진정한 소지역통합체로서 공동시장의 단계로 진입시키기보다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MERCOSUR를 남미전역으로 확대시키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결국 MERCOSUR의 확대 및 발전 전망은 결국 브라질의 경제력과 리더십에 달려있다. 브라질의 리더십은 장래 미국측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MERCOSUR의 효과를 남미전역으로 확대시켜 남미자유무역지대 (SAFTA)의 형성을 도모하고 있는 브라질이 국내산업구조 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룩하여 안정된 경제로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게 될 경우 역내 경제통합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는 또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의 추진방향과의 연관성 문제를 제기한다. 94년 12월 마이애미 미주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005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의 실현 여부는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NAFTA와 브라질이 주도하는 MERCOSUR간의 협상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미국은 MERCOSUR와의 협상에서 상품수준, 투자보호, 세관절차 등을 우선적으로 다루고 협상이 진전되면 지적재산권 문제와 서비스산업 개방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며, 브라질의 경우는 WTO에서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개방을 받아들일 수 없고(특히 서비스 부문) FTAA를 대미수출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중남미 지역의 경제통합과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첫째, 신자유주의 경제개혁과정을 잘 모니터링 해야 한다. 우리가 과거에는 중남미 국가들의 어두운 측면만을 보면서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 있었으나 IMF의 구제금융에 의존하면서 새로운 구조조정작업에 나서고 있으므로, 중남미의 신자유주의 개혁과정을 잘 모니터링 하여 주도면밀한 정책추진을 위한 교훈을 발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IMF 조건 수용과정, 미국에 대한 협상추진 경험 등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중남미내의 구조적 모순해결의 지연과 잠재적 불안정성에 대비해야 한다. 90년대초의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을 통해 인플레가 둔화되었고 지속적인 경제활성화를 이룩하였으나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추세를 계속 유지해 나가는 데는 몇 가지 난관이 있다. 낮은 국제금리와 지속적인 자본유입, 고평가된 자국통화와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유지되는 거시경제적 균형의 지속 여부는 결국 낮은 국제금리체계와 지속적인 자본 유입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것인가와 급격한 국제화의 흐름속에서 빠른 시간내에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개별국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중남미 정부는 거시경제적 안정과 빈곤 및 소득격차의 해소를 균형 있게 달성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구조개선이 지연되고 정부의 효율성, 신자유주의 정책의 가속화만을 강조될 경우 멕시코의 농민반란, 베네수엘라의 소요사태의 경우에서 보듯 또 다시 정치적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는 경제적 잠재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함께 정치사회적 변수에 대한 고려를 병행하여 신중한 접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중남미 시장에 대한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한국이 전체 무역규모 2,500억 달러를 넘는 무역대국이 됨에 따라 전세계 시장의 전방위 시장화 및 입체적 관리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최근 동남아 금융위기 등으로 주력 수출시장이 약화된 점을 감안, 한국으로서는 중남미 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제고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단순한 소비재 상품 수출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21세기를 대비한 자원확보, 북미 및 중남미시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투자진출 기지 및 병참화 전략의 필요성, 그리고 통신 및 정보산업 등 서비스 교역의 확대추진 대상 등으로 재인식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무역대상 국가와의 수지가 입초(入超)의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중남미 수지구조는 97년 경우 약 50억불 가량의 출초(出超)를 보이고 있어 중남미 시장은 한국의 주력 수출시장에서의 수지적자 보완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다.
넷째, 현재 활발히 추진중인 인프라 확충계획에 참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IDB의 지원으로 상파울루-부에노스아이레스 구간의 연결하는 고속도로건설계획이 추진중인 바, 이 프로젝트는 국제입찰을 통해 민간기업에 맡겨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국 건설회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검토할 만하다. 해안도로와 내륙도로의 두 가지 방안이 검토중이며, 총연장 길이는 2,100 ~ 2,556km로 교량건설을 제외하고도 12억불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하는 4개의 프로젝트, 각 회원국간 국경연결망 개선사업 등이 추진 중이다. 특히 파라과이 정부는 파라과이를 MERCOSUR 운송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야심찬 전략하에 도로포장, 항만시설 개선, 수로공사 등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25억불을 투자하는 국가운송 종합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중남미 각 지역의 활발한 인프라 확충사업에 우리 건설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APEC과 중남미 경제통합기구들과의 유대 강화 및 국제기구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경제발전국과 개도국이 혼합되어 있는 APEC에서 교량역할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APEC에 참여하는 NAFTA와 같이 CACM, ANCOM, MERCOSUR 등 중남미 경제통합기구들과의 관계를 강화한 후 중장기적으로 이를 APEC에 연결시키는 외교적 이니셔티브 강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MERCOSUR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 인접국가들과도 자유무역에 합의할 것이며, 2000년대초 EU와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면 인구 5~6억 이상의 거대시장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리하여 ASEM을 통한 한-유럽 관계 강화, APEC을 통한 동아시아 경제권과의 관계 강화, 그리고 한-MERCOSUR와의 관계 확대를 통해 한-중남미 관계가 강화되면 유럽-한국-동아시아-중남미로 연결되는 한국외교의 세계화가 보다 진전될 것이므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아태지역의 지역주의화를 활용하는 방안을 탐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주개발은행(IDB), 라틴아메리카통합기구(LAIA)등 중남미 국제기구 활동에 옵서버 형식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및 협정체결 과정들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비전통적 안보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대처방안을 수립하는데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지공관과 우리 업체간의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외교력의 극대화를 위해 현지공관과 현지진출 우리기업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지 정부의 정책을 잘 파악하고, 현지 업체들이 비교적 잘 숙지하고 있는 미시적인 시장현황에 덧붙여 거시적인 경제정책의 방향, 정치적 맥락, 각 경제통합기구들의 의사결정기구, 자문기구, 집행사무국 등의 회의결과를 업체에 신속히 알려주는 메커니즘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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