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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 관계(양안관계) 연구- 교류 협력의 추진 실태와 그 시사점을 중심으로 -
저 자 명 : 박두복(책임집필)
날 짜 : 1997.09
요 약
중국과 대만 양측에서 동시에 이루어져 온 지도체제의 개편과 탈이데올로기 추세는 양안간에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적대적 관계를 개선하고 상호교류와 관계개선을 위한 유리한 환경요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兩岸間에는 민간레벨에서의 접촉과 교류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났고 그 교류는 급진적으로 진전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민간레벨에 있어서 양안관계의 급진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양안간의 정치적․공식적 관계에 있어서는 상호간 입장과 관계개선에 관한 원칙상의 차이로 인해 그 개선과 발전의 여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양안간의 정치적․공식적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지금 가장 관건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상호간의 대등한 실체 및 지위의 인정이다.
대만은 대륙에 대한 기본정책을 논리로 제시하고 있는 「一國兩區」 및 「쌍중승인론」에서 「중화민국」의 존재를 확인받고, 대륙과의 대등한 정치실체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기본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對대륙 정책논리는 대만의 정치개혁과 정치발전 과정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는 분리주의적 추세로 인해 더욱 확고하게 될 것이며, 대륙과의 타협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러한 대만의 「쌍중승인론」을 비롯한 현실주의 정책을 「두 개의 중국」정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양안간의 상호관계를 공식화하는 데 선결조건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호 지위에 관한 합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중국은 정치․군사적 수단에 의한 직접적인 통합보다는 대만의 대륙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경제적 방식에 의한 장기적․급진적 ․우회적 통합방식을 추구해 가고 있기 때문에 대만의 분리주의가 공식정책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대만과의 정치적 기본관계의 확립에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경제관계 등 비정치적 관계발전에 주력해 왔다. 즉 중국은 이러한 비정치적 관계발전과 심화를 통한 대륙에 대한 대만에서의 離心的 경향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수단이나 정책을 개발해 왔다.
따라서 중국측은 대만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상호의존성을 심화시키기 위해 대륙에 진출하는 기업에 특혜조치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 나가면서, 동시에 양안간의 경제적․인적 교류의 증대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법적 충돌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양안관계의 규범화에 보다 현실주의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1970년대 말 이래 추구해 온 개혁․개방정책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요소를 적극 배양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 사회주의체제는 자본주의 체제와의 교류에 보다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자본주의체제와의 공존이나 적응을 할 수 있는 중국 사회주의체제의 유연성은 중국으로 하여금 兩岸間 경제교류나 비정치적 기능적 접근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할 것이다.
이에 반해 경제력․인구․면적상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대륙으로의 흡수통합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대만은 대륙이 「대등한 정치실체」나 「국제적 생존공간」 확보에 대한 인정과 보장을 하지 않는 한, 지금까지 대륙과의 관계에서 취해 온 소극적․일방적(單方的) 접근태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대륙과의 경제협력 등 비정치적 영역의 협력에도 일정한 거리를 계속 유지해 가는 신중한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대만정책의 기본입장에도 불구하고 양안간의 경제협력은 급진적으로 증대되어 갈 전망이다. 그것은 양안간에는 경제관계를 전면 발전시킬 수 있는 理想的인 보완성이 있고, 또 양측 지도체제의 변화에 따라 과거 양안간의 교류에 걸림돌이었던 정치․이념적 요인들이 크게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대만의 대륙에 대한 투지구조의 심화와 투자공간 확대, 중단기성에서 장기성 투자, 간접투자에서의 직접투자로의 전환 및 기술집약형 투자의 증가 등 새로운 추세가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양안간 경제관계의 심화가 경제적 통합의 통해 통일목표를 달성하려는 중국의 우회전략에 유리하게 나타나는 반면, 대만측에는 경제적으로나 국가안전상 심각한 「負의 효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양안간의 경제교류가 더욱 확대․심화되는 경우 대만기업의 구체적․현실적인 이익이 대륙지역과 긴밀히 연계되어 갈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은 대만 내에 대륙과 긴밀한 현실적 이익을 갖는 기업인이나 기업집단, 이익집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또 이들을 통해 대만의 정책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서 대만사회 내의 친대륙세력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양안간에 나타나고 있는 현격한 비대칭성으로 인해 대만경제가 대륙으로 흡수통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대륙시장과 자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대만경제가 대륙경제에 통합되거나 흡수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만의 대륙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 심화는 결과적으로 대만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특히 대만의 대륙투자는 국경내부에서의 투자효과를 갖기 때문에 대륙에 대한 대만자금의 유동현상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대만기업의 주요관심이 대만내부로부터 대륙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만內 산업구조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륙에 대한 경제관계의 심화는 대만산업의 공동화 내지는 대륙경제에 대한 대만경제의 의존성을 확대하는 잠재적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만정부는 자체의 산업구조 조정을 통한 강력한 경제기반을 구축해 가는데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이며, 특히 대륙에 대한 경제협력 관계도 이러한 대만 자체의 산업구조조정이나 경제기반 구축작업과의 긴밀한 연계하에서 확대하는 신중한 정책을 견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앞에서 분석된 바와 같이 남북한관계와 그 구조적 성격에 있어서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즉 남북한관계는 양안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불균형구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호 실체인정이 보다 용이한 반면, 남북체제의 강한 이데올로기 성향이나 「화평연변」에 대한 위기인식 등으로 상호 기능적 접근이나 교류가 어렵다.
따라서 남북한관계는 민간차원의 교류나 기능주의적 접근을 통한 보다 점진적이고 안정된 관계발전을 추구하기 어렵고, 국가정치적 요인과 쉽게 연계될 수 있는 정치적․정부간 교류를 우선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 남북한관계는 양안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불균형구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직된 북한체제에서 중국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 보다 빠른 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북한이 체제개혁과 개방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공존과 적응능력을 배양해 가는 경우, 남북한간의 기능주의적 접근이나 교류도 급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특히 양안관계에서는 상호간에 介在하는 심각한 불균형성으로 상호 실체인정이 불가능함에 따라 민간차원의 교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 절실한 관계재정립에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으나 남북한관계에는 이러한 제약성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기존체제를 계속 유지해 가면서 남한과의 경제협력에서 초래될 「화평연변」이나 흡수통합에 대한 위기인식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남한과의 경제교류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며, 이것은 남북한간 경제적 이질성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앞으로 한반도 통합과정에 심각한 걸림돌로 나타날 것이다.
특히 양안간 경제관계 발전이 중국통일정책의 중요한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북한 경제관계는 한반도통일의 한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며, 남북한간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공존 및 적응능력을 함양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북한의 적응능력을 개발해 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기존의 스탈린식 통제경제체제에서 적극 탈피하는 체제개혁과 적극적인 대외개방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러한 체제개혁과 대외개방을 적극화할 수 있는 주변환경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의 전향적인 정책자세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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