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o:abstract |
한국 외교안보정책 결정체계 연구 - 평가와 개선방향 -
저 자 명 : 김충남(책임집필)
날 짜 : 1997.01
요 약
한국은 국내외적인 급격한 상황변화로 적지않은 외교안보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냉전종식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는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각국은 새로운 전략과 정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어 한국도 이같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있다.
특히 냉전종식으로 북한은 심각한 정치외교적 고립과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난에 빠져있어 언제 어떤 방향으로 폭발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하고 있는 등, 한반도 정세는 어느때보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사태의 진전에 따라서는 국지적인 분쟁, 대량난민, 통일 등 한국에게 엄청난 충격과 부담을 주게 될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을 더해감에 따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은 한반도 문제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개입하려 하는 등 냉전시대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반세기 가까운 기간동안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은 제네바 합의이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것은 한․미동맹 관계를 재조정 내지 재정의하게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탈냉전시대는 地經學(geoeconomics)의 시대로서 개방과 경쟁이 보편적인 규범이되고 있으며 그와 같은 국제경계환경의 변화는 한국에게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제 이념적 동맹이나 국경이라는 장벽이 무너진 가운데 각국은 경계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국가간 지역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지역내 경제적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이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이했고 OECD 회원국이 되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통상외교로 국가이익을 확대하고 국제적 역할도 적극 수행해야 할 위치에 이르렀다.
따라서 한국은 보다 원대한 국가전략적 비전에 입각하여 국가목표를 정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정책을 수립하여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적, 능동적으로 시행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동안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비판이 있었지만, 그러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정책결정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적었다고 본다. 정책은 정책결정체계의 산물이기 때문에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과정을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 연구에서는 외교안보정책결정을 일련의 과정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개념적인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대외 정책 결정과정은 한국의 국가이익은 무엇이며 이를 추구하기 위한 국가목표와 국가전략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정책대안으로 구체화하고 그러한 정책대안을 비교하고 검토하여 최종적인 정책으로 결정하여 시행하며 시행상황에 대하여 평가하고 수정․보완하는 일련의 과정인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행위자(actors)의 입장에서 볼 때, 정책적인 쟁점을 찾아내는 실무자로부터 실현 가능한 정책안을 작성하는 기획부서, 그리고 채택된 정책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고위관리계층을 거쳐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안보 회의에 이르기까지 정책의 흐름을 살펴보는 접근방식도 되는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로 한국 외교안보 정책결정체계에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첫째, 대통령에게 외교안보상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대통령 보좌기능의 제도화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차원에서 대통령을 자문하도록 되어있는 국가안보회의는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대로 운영되지도 않고 있고 국무총리 산하에 비상대비태세 확립을 목적으로 설치된 비상기획위원회가 외교안보정책결정의 최고 기구인 국가안보회의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헌법상 국무회의도 외교안보정책을 심의하도록 되어 있으나 안보문제와 같은 중대사안을 국무회의와 같이 거대한 회의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심의할 수도 없고 그 복잡한 절차를 거칠 시간적 여유도 없을만큼 극비리에 신속히 결정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외교안보 정책결정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국무회의는 외교안보정책의 책임있는 심의기구가 되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심의한 외교안보정책을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 심의에 부친후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도 불필요하고 모순된 것이다.
둘째, 외교안보 정책결정 과정의 체계화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체계화가 미흡할 때 정책의 결정과 시행 과정에서 잡음과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정적목표 달성도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다. 현재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은 과장, 국장을 거쳐 장관에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결심을 얻는 등 계선조직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처내 관련부처간 그리고 관계부서간의 「횡적 협조」(lateral coordination)와 종합적인 정책지침을 내리고 관계부처간 정책에 대한 입장차 이를 조정․통제하고 정책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종적통제 」(hierachical control)을 위한 절차가 규 정화되지 못하고 있거나 관례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인 외교안보문제와 통상문제가 하나의 국가대외전략과 정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이원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 과정에서 외무부와 경제부처간의 갈등도 적지않게 노출되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정책은 통일원, 외무부, 국방부, 안기부, 그리고 경제부처까지 연관되므로 관계부처 의견이 하나로 정부차원의 통합된 대북정책이 되지 못하고 각부처가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대북정책은 국내외 여건변화에 따라 통일정책에 중점을 두다가 안보정책으로 중점이 바뀌는 등, 정책우선순위가 불분명하고 정책방향도 우왕좌왕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를 설치하고 통일부총리로 하여금 관계부처간 정책조정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통일원의 업무성격이나 다른부처와의 상대적 위상을 고려할 때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한 이 회의는 법적 근거가 없는 한시적 기구이며 이 회의에 회부될 정책안을 책임지고 기획하는 기구도 없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고위참모인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을 위시하여 관계장관들이 1~2년 단위로 교체되고 그에 따라 관계비서관이나 국실장, 과장 등도 빈번히 교체되고 있어 대외정책을 위한 팀웍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빈번한 정책변경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셋째, 외교안보 정책결정 참여자들의 전문화가 미흡하다. 중요한 외교안보상의 정책결정은 매우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소수의 엘리트를 중심으로 비공개리에 그리고 신속하게 대응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장기간 근무하면서 책임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 외교안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전문성면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대통령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실은 그 인적 규모와 전문성도 문제이려니와 그것도 빈번히 교체되고 있어서 권위를 가지고 종합적인 국가대외전략을 구상하기도 어렵고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결정을 효과적으로 보좌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관계부처를 제대로 조정․통제할 수도 없다고 본다. 그것은 대외정책의 주무부서라고 할 수 있는 외무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책부서 근무자들의 전문성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순환근무제도로 인해 축척된 정보와 경험도 없이 현안이 발행하면 반사적이며 행정적인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결정과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정책결정과정을 더욱 제도화하고, 더욱 체계화하며, 더욱 전문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적어도 매2주마다 한번 정도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는 등 헌법기관인 국가안보회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 회의를 통해 관계장관 및 고위참모들을 만나 외교안보 현안을 보고받고 협의하는 등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결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은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관계부처를 조정․통제할 수 있게 하고 「국가안보회의 정책실」을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예하에 신설하여 국가안보회의 운영을 뒷바침하도륵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차원의 종합적인정책기획을 위하여 관계부처 실무자들과 외교안보관련 연구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교안보 정책기획단」도 국가안보회의 정책실 예하에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안보 관련부처간 정책의 협의와 조정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외무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처간 정책협의를 위하여 관계부처 차관보 또는 국장급이 참가하는 「외교안보 정책조정회의」를 설치하여 외무부 차관 또는 차관보가 주관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결정과정의 전문성을 제고시키고 일관성 있고 연속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실을 비롯하여 외무부 등 관계부처 정책부서의 주요 과장, 국장, 차관보 등에 대해서는 적어도 2년이상 근무하게 하는 임기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 파견 등으로 행정관료의 전문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화되면 될수록 우리의 외교안보태세를 정비․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금이야 말로 이러한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여 단안을 내려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