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라시아 외교' ( http://opendata.mofa.go.kr/mofapub/resource/Publication/10743 ) at Linked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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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유라시아 외교'
    저 자 명 : 서동만(책임집필)
    날 짜 : 1999.02
    
    요약
    
    97년 7월 하시모토 총리가 일본외교의 새로운 시각으로 제창한 이른바 '유라시아 외교'는 과거 북방영토문제에 집착함으로써 냉전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던 일러관계를 타개하고 극동 시베리아개발을 위해 양국이 경제협력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일본외교의 새로운 움직임 이면에는 "태평양에서 본 유라시아 외교"라는 시각을 도입하여 외교의 지평을 크게 전진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일본 외무성은 유라시아 외교가 중국 한국 러시아 등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또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있어서도 "새로운 원동력"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유라시아 외교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시베리아에 진출할 뿐만 아니라, 냉전종식후 지정학적으로 그리고 에너지 공급지로서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실크로드지역 국가들과도 관계를 본격적으로 강화해 가겠다는 정책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은 모두 21세기를 앞두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려는 전략구상으로서 '유라시아대륙 전략구상'을 펴고 있다. 21세기를 리드하는 자는 세계인구의 75%를 차지하는 초대륙 유라시아에서 우위에 선 자라는 발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강대국중 이 지역 진출에서 가장 뒤쳐지고 있던 것이 일본이었다. 우선 일본은 이 지역에서 최대의 영토를 가지며 가장 긴 지역에 걸쳐있는 러시아와는 북방영토 문제에 걸려 냉전종식 이후에도 이렇다할 관계진전00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러한 일본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은 냉전후 러시아의 전략적 위치가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NATO의 동방확대를 러시아에게 합의시키기 위해 그 대가로 러시아를 G-7 정상회담에 참가시키고 APEC 가입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이 지역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었다. 미일 안보재조정 작업이 일단락되면서 일본은 이를 토대로 하여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과의 관계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21세기 일본외교의 프런티어를 유라시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대러정책은 일소국교 수립이래 70년대까지 '정경분리'원칙하에 경제관계를 확대시켜 왔으나, 80년대 신냉전하에 '정경불가분' 원칙으로 후퇴하였다. 소련붕괴이래 '확대균형' 정책을 취해 오다가 '중층적 접근'이란 새로운 방침하의 대러정책을 모색해 왔다. 그 전기를 마련한 것이 97년 7월24일 하시모토 총리의 경제동우회 연설이었다. 여기서 하시모토 총리는 '신뢰', '상호이익', '장기적 시점' 등 3개의 원칙을 기본으로 대러외교를 추진할 뜻을 밝히고, 새로운 대러외교의 이념으로 '유라시아 외교'를 표방하였다. 러시아측은 하시모토 총리의 유라시아 외교를 높이 평가함으로써 97년 11월에 그라스노야르스크에서 하시모토-옐친 회담이 실현되었다. 이 회담에서는 '하시모토-옐친 플랜'이 채택되고 양국은 서기 2000년까지 평화조약 체결에 노력한다고 합의하였다. 하시모토-옐친 플랜은 일러간 경제분야에 있어서 다양한 협력조치를 일괄하여 패키지화한 것이다. 98년 2월에는 오부치 외상이 모스크바를 방문한데 이어 4월에는 옐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하시모토 총리와 정상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하시모토 총리는 영토문제와 관련 비공개로 상당히 대담한 제안을 한바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영유권 해결'이 아니라 '국경선 획정'이라는 표현을 써서 일본의 영유권을 인정하되 실질적 점유는 일정기간 러시아측에 인정하고 양국이 4도의 공동개발에 힘쓴다는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8년 11월 오부치 총리가 취임후 러시아를 방문, 옐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에 '창조적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모스크바 선언'에 합의하였다. 선언에서는 '평화조약체결교섭 일.러 합동위원회' 하에 '국경획정위원회' 및 '공동경제활동위원회'를 설치할 것, 과거 북방4도 주민과 그 가족의 4도 자유방문을 실시할 것을 명기하였다. 그러나 양국은 북방영토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를 가속화시켜갈 것에 합의하였지만, 아직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열지못한 상태에 있다. 현재 일러간에는 정치적인 영토문제, 경제적인 투자문제 모두 해결에는 난제를 안고 있으나, 일러 모두가 양국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이상, 양국정부는 일정한 타협점을 발견해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방영토 문제해결을 위한 환경정비를 꾀하는 동시에 최소한 과거의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경제협력을 병행하는 선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유라시아 외교는 종래 대미 종속외교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일본이 과거와 같은 관계를 넘어서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역질서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개발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경제력에 바탕한 독자적인 움직임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역할을 일본에게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러는 한반도 4자회담에서 소외되는 데 불만을 갖고 이것이 6자회담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외교'를 매개로 한반도 문제, 동북아시아 안보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유라시아 외교는 일본이 정치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시험대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대외전략 전반이 어떠한 방향으로 조정될지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유라시아 외교는 직 간접으로 일북관계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수반하게 된다. 극동 시베리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 막대한 기자재를 운반하기 위해 시베리아 철도와 일본열도의 연결이 필요해진다. 한반도의 남북한을 잇는 철도가 복원되는 것은 중요한 통과점이 된다. 나아가 가스 및 석유 개발이 이루어지면 이를 운반할 파이프라인 건설이 제일차적인 과제가 된다. 이 거대한 토목사업에는 방대한 노동력이 요구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한.중국의 노동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시베리아개발에는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간의 지역경제협력이 당연한 전제가 된다. 시베리아개발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 석유-가스개발 및 파이프라인 건설도 과거 중동지역 개발 건설에 이은 세기적인 프로젝트이다. 중앙아시아 에너지개발도 세계화 시대인 현재 남한에게 남의 일이 아니며,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북한에게도 귀중한 찬스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일본의 유라시아 외교는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지도를 크게 뒤바꿀 잠재력을 지닌 시도로서 우리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한 경제협력을 한반도내에 한정된 프로젝트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한 남북한 공동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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